나의 이야기

삼십년만의 연휴

그냥평균인간 2016. 2. 10. 22:16

아버님 사십구재 전에는 명절 차례를 지내는게 아니라고 한다 시어머님 제사를 내가 맡은 후 부터 친정부모님 차례도 같이 지냈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차례를 생략하기로 했다 미리 산소에 다녀온 후 쭈욱 쉬었다 인터넷 카톡 문자 전화 최소한 필요한거만 하고 그냥 먹고 자고 싸고 정도의 움직임만 했다 하루는 장조림 해먹고 하루는 잡채해먹고 하루는 떡만두 하루는 미역국 하루는 육개장(이모표) 암튼 결혼후 삼십년만에 첨으로 맞이하는 명절연휴였다 아부지도 안계시고 차례도 안지내니까 형제들도 오지않고 오롯이 우리 식구끼리만 지내는 정말 한가한 연휴를 보냈다 티비보다 게임하다가 자다가 놀다가 그렇게 놀면서도 시간은 참 잘 지나간다
책도 신문도 안읽고 가장 원초적으로 본능적으로 참 인간적으로 연휴를 보냈다 거의 자연인으로 살았다
잘 안보는 티비도 참 많이 보았고 일찍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상으로 살아보는것도 참 좋았다
취향다른 남편과도 함께 볼 수 있는 티비프로를 서너개나 발견했다

일년후 퇴직할 남편과 함께 지내는 연습도 했고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살만하다는 것을 배웠다
친구가 놀러오라고 꼬셨지만 아들도 좀 아프고 길막히고 차막히는데 꼭 그런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뭇튼 생애 최고의 연휴를 보냈다

놀러다니는것도 참 좋아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노는것도 꽤 잼나다

일년치 티비도 봤고 한달치 게임도 했고 이제 날씨도 풀렸으니까 다시 기지개를 켜야겠다
잘 놀고 잘 먹었으니까 또 열심히 일해서 살은 좀 줄이고 통장 잔고는 좀 늘려야겠다
소중한 휴가 행복한 연휴가 끝나간다

그래도 난 나의 일상을 사랑한다

사람들과 있을때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은 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또다른 소중한 일상이다

겨울이어서 추어서 명절연휴여서 못 만났던 사람들과 맛있는 밥먹으며 수다떠는 가장 나다운 생기있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멈추면 보인다고 했는데 일부러 멈추기만 했다 굳이 뭘 보거나 깨닫거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돌아보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먹고 자고 싸고 그런 시간도 꼭 필요한거 같다

좋게 말하면 충전이고 다르게 말하면 멍한 상태 뭐 나쁘지 않은것 같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시간도 일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또다른 일상을 위하여 잠든 세포를 서서히 깨워야 한다

난 내일의 내 일을 사랑한다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