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참 짠한 오십대

그냥평균인간 2015. 1. 3. 22:32

 울 남편은 곧 육십이 될테고 나는 그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다 남편은 조금 있으면  정년퇴직을 맞이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일을 하고 있고 나 역시 이십오년째 일을 가지고

있다 아부지라 불리우는 아버님은 올해 아흔다섯이 되셨고 서른이 다되가는 울아들은 아직도 취준생이다
우리 고향 시골마을에서는 오십만 넘으면 설날 집에 앉아서 동네 청년들의 세배를 받으며 담배재를 털고 있었다

그때는 대학을 나오든 안나오든 본인 수준에 맞는 일자리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몇년전 강부자씨 강의를 들었다 칠십넘어 인생을 돌아보니 오십대가 가장 여유있고 행복한 시기라 했다 아이들 독립 다 시키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건강해서 하고 싶은일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부자씨 오십대는 이십몇년전이라 모든게 가능했던 거 같다

우리 세대는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부모님을 책임져야 한다는 최소한의 생각은 하고 있다

자식에게도 가시고기나 어미거미처럼 뼈나 가죽만  남을때까지 뒷바라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그 모든걸 받아들이고 난 다음엔 자식에게 기대지 않는다는 의지는 목숨처럼 지키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기는 커녕 앞가림만 잘 하고 살아주면 고마울따름이다

하나둘 치명적 질병이 찾아오는 시기 명절때도 위 아래로 내어주기만 해야되는 세대

의무와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는 세대

그저 참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살나서 끙끙앓는 남편도 참 짠하고 오랫만에 만난 친구 얼굴에 노을처럼 내려오는 옅은 주름살 또한 짠하다

그래서 난 명절때 천원짜리 신권을 많이 바꾼다

내 주변의 후배들에게 열장 또는 스므장씩 세배돈을 준다

위 아래로 내어 주기만 하는 우리 세대가 너무 짠에서 누군가에게 받는 기쁨도 잠깐이나마 누려보라고

별거 아닌데 정말 좋아한다 쫌 짠하지만 그렇게 우리끼리 기대고 의지하며 위로 받고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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