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을 만들어 놓고 마지막날 멋지게 보내야지 했는데 그만 30일 저녁 11시37분 쯤
아버님은 이승에서의 여행을 끝내고 저승으로의 여행을 떠나셨다
한 사오일 정도 힘드셨는데 정말 고생 많이 안하시고 깨끗하고 편안하시게 가셨다
돌아가시는게 두려운거 보다는 생전처음 치르게 되는 장례식이 솔직히 더 두려웠다
3일장을 지내기에는 너무 촉박하여 부득이 사일장을 지내게 되었다
2015년 12월 30일 부터 2016년1월 4일 삼오제를 지내기 까지 해를 넘기면서 상을 지냈다
힘든 일을 격고 나니까 내 주변의 지인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일찍 돌아가신 아주버니 연락두절된 시동생
오직 남편과 아들 딸이 상주 노릇을 하였다
잠간씩 막내 시누남편이 거들긴 하였지만 남편과 아들은 거의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믿음직하고 자랑스럽기는 처음인것 같다
둘이서 의지하며 상주노릇을 어찌나 잘 해 주었는지 자식둔 보람을 처음으로 느낀것 같다
내 평생 이렇게 절을 많이 해본것도 처음이고 추리고 골라서 지인들에게 연락했는데 바쁜 연말연시임에도 모두가 다녀갔다
나의 패밀리 후배들은 장례도우미들이 퇴근한 후에 남아서 정리하고 손님 써빙을 도와 주었다
국화향 가득한 장례식장 먼곳에서 달려와준 친구들 친척들
난 문상가서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며 도와 주었을까
돌아보니 그리 오래 머문 기억이 별로없다
전에 친구남편 장례식에서 밤새운 거 말고는 문상하고 밥먹고 조금 앉았다가 나온것이 전부인듯 싶다
주로 경사보다는 조사를 더 찾아다니지만 함께 일을 거들어 준 기억이 거의 없다
결혼식은 봉투내고 얼굴도장 찍고 밥먹고 오면 되지만 장례식은 좀 더 오래있으면서 일도 거들고 외롭지 않게 함께 있어주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처음격는 장례식이 무척이나 충격이었나 보다
아직도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신거 같다고 한다
딸아이는 가족 중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 마음이 여리고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순수한거 같다
나는 돌아가신 슬픔보다는 무사히 잘 마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것 같다
이제 함께 산 22년의 짐을 벗고 조금은 편안함 잠을 자도 될것같다
아직은 아무 생각이 없다
일도 잘 못하고 살림도 그닥 흥미없는 작은며느리인 내가 어떤 인연으로 아버님과 살게 된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또한 나의 몫이었던것 같다
다행히 장례식 삼오제까지 포근한 날씨여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도와주신 모든분들 정말 고맙고 또 고맙고
가정가정 마다 화목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린다